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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과 실버케어

에버단단 2025. 4. 15.

1. 재건축이 실버케어를 품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 압구정2구역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낡은 벽을 허물고 새 집을 짓는 재건축이지만, 그 안에 담긴 방향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곳은 단순히 ‘고급 아파트 단지’가 아니다. 이제는 노년을 위한 ‘헬스케어 주거지’로 불린다.

새 아파트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담는 그릇이 되었다.

 

이제 재건축의 중심에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있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익숙한 동네에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되고 있다.

 

병원이 멀지 않다는 위로가 아니라, 집 안에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담긴 변화다. 아파트는 다시, 삶의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2. 서울의 고급 주거지는 왜 늙어가고 있을까?

압구정동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1.6%다. 서울에서 가장 높다. 성수동, 여의도동도 20%를 넘는다.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서울에서 ‘가장 잘 살던’ 사람들이, 이제 ‘가장 나이 많은’ 주민이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삶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다. 아파트는 재산이자 기억이고, 익숙함이다. 떠날 수 없다. 아니, 떠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다. 계단이 부담스럽고, 병원도 멀다. 병원에 가는 대신, 병원이 집으로 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도시는 ‘젊은이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늙어가는 모두를 위한 터전’으로 바뀌어야 한다.

3. 병원 대신 집을 선택한 사람들

현대건설은 이제 집을 짓기 전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은 명확하다. 집 안에서 가능한 모든 삶을 누리고 싶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나온 것이 AI 기반 실버케어 시스템이다. 단지 설계에 병원과의 연계를 포함시켰고, 각 세대에는 낙상 감지 센서, 건강 모니터링 장치가 설치된다.

AI가 밤마다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응급 상황이 생기면 바로 보호자나 병원에 연결한다.

기술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은 이제 돌봄의 도구다. 누군가 곁에 없어도, 집은 곁에 있다.

몸이 불편해도 이사하지 않아도 된다. 이 집에 사는 한,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4. 실버케어 아파트, 누구를 위한 공간일까?

실버케어는 노인을 위한 배려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모두를 위한 솔루션이 되고 있다.

지금은 괜찮지만, 10년 뒤엔 우리 모두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된다. 그때를 대비하는 것이 지금의 주거다.

헬스케어 시스템이 과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를 걱정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막상 그 시스템을 경험한 이들은 다르게 말한다.

"그 기능 덕분에 부모님이 더 오래 혼자 계실 수 있었어요." "집에 돌아왔을 때, 내가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술은 감시가 아니다. 안심이다. 삶을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드는 조건이다. 실버케어는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의 선택이다.

5. 집은 이제 삶의 방식이다

예전에는 집이 재산이었고, 투자처였으며, 남들보다 앞서가는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재건축은 다르다. 돈이 아니라 삶을 담는 그릇이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이 설계에 들어간다.

압구정동은 이제 실험실이다. 노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도심에서 고령화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 되었다.

앞으로의 아파트는 더 많이 짓는 것이 아니라, 더 다르게 살아가는 법을 제안해야 한다.

집이 의료가 되고, 집이 돌봄이 되고, 집이 공동체가 되는 시대.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너무도 익숙한 ‘재건축’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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